Page 278 - 2019 KSNE YEAR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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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반 담임: 송석규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한 한글학교 수업이 어느새 가을학기를 지나 봄학기도 끝나갑니다. 처음

            담임을 맡은 터라 미숙한 부분도 많고 실수투성이였지만 그래도 지난 1 년을 되돌아보면 저에게는 정말
            큰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고려반 아이들과 만났을 때,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과 마주쳤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이제

            막 질풍노도의 시기로 들어가려는 시기의 아이들이라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가야 할지 이런저런 걱정이
            걱정을 낳아 머리속이 혼산스러웠었는데, 처음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 순식간에 모든 걱정들은 사그러

            들고, 제 안에서 열정이 솟구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려반 아이들은 말 그대로 숨겨진 보석같은 존재였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배움의 열정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고 아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고스란히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을 보는
            스스로의 창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에게 한글교육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회가 날때마다 아이들에게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려 하였고, 아이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의견과 주장을 나누면서 조금씩 각자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훨씬
            편안할 텐데, 우리 모두가 약속한 대로 모든 수업 시간과 토론시간에 한글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감사했습니다.

            ‘행복의 조건’ 이라던가,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하는가’라는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를 토론할 때
            아이들의 순수하고 때론 날카로운 식견은 저에게 오히려 큰 배움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특히나 사랑을

            돈으로 살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에서 우리는 단순히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라는 단순한 결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어떤 종류의 사랑이 어떤 조건에서 돈으로 환산될 때 어떤 가능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고려반 아이들은 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업태도로 저에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고,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저도 매주 마다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수업자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옛날로

            떠나는 퀴즈 역사여행'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을 뽐내 주었고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많은 분량의 숙제를 내주었지만 꿋꿋이 열심히 숙제를 완성하여 제출했던 모든 고려반

            학생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송석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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