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2019 KSNE YEARBOOK
P. 17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1975~2019) 11
교실 뒤쪽에는 아이들의 그림일기와 그림 독후감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 반은 매주 한편씩 글쓰기
활동을 통해 창의력과 함께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워 나간다고. 이 시간 동안 건물의 한 쪽 교실에서는
‘요리 교실’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로 6 세 이상의 한인 2 세들이나 입양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종
과정의 해당화반 수업. 집에서 한글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이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수업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게 하고, 느끼게 하기 위해! 이 날은 마침 비빔밥을 만드는 날.
아이들이 즐겁고 쉽게 한글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 노래와 율동을 곁들여 아이 한사람 한사람마다의
이름을 본딴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초록 시금치”, “주황색 당근”, “노란 콩나물”, ‘빨간 고추장” 등을
외치며 선생님의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는 아이들은 한국의 음식 문화와 언어를 익혀 가고 있었다.
이 반에는 샤론 고등학교 12 학년에 재학중인 최재원 군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원 군은 한국어를
알아듣기는 해도 말을 못하는 학생. 지난 9 월에 입학한 재원 군은 어렸을 때는 한글을 배우지 않으려
했으나 이제는 자발적으로 학교에 입학한 경우이다. 재원 군의 부모님은 “미국아이들로부터 ‘너는
한국사람이면서 왜 한국말을 못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아이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을 보고
늦게라도 한글과 한국을 배우게 하려고 결심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재원 군이 적극성을 띠었다는 게
어머니의 말이다. 이 가족은 샤론에서 한시간 넘는 거리를 매주 온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에 10 년 넘게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형은 오랜 동안 이 학교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좋다”고 답했으며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아이가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또한 중고등부 아이들은 이곳에서 또래들과 커뮤니티를
형성, 한국 연예인들을 비롯한 한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
흥부반과 토끼반에 두 손자를 두고 있는 한 노인은 아들, 며느리가 일하느라 바빠 아이들 한글 교육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자 본인이 직접 손자들을 한국학교에 데리고 온다. “한국 아이가 한국말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야 이 다음에 커서도 나하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거 아니요?”라는 게 그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는 강산을 세 번 변하게 하고도 남는 세월만큼의 전통을 갖고 있다 보니
졸업생이 자원봉사 보조교사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유하나 양이 그 경우. 하나 양은 현재 해당화반
반에서 어린아이들을 일일이 살피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앞으로 뉴잉글랜드한국학교 동창회를 만들어 활성화시켜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 아이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미국 속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는 기초, 초급, 중급, 고급, 세종, 성인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과정마다 단계별로 반이 이루어져 있다. 각 과정마다의 학습목표가 정해져
있으며 전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할 때는 일정 수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시험을 통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며 절도 있는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한국어 교육 외에 한국 무용,
예절, 태권도 등의 교육을 통해 한국 문화를 익히게 한다.
대규모의 학생을 수용하다 보니 자연히 학부모회가 조직되어 교사들을 보조하거나 아이들의 안전
지도를 하는 등 학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보스톤코리아 기자 김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