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2019 KSNE YEAR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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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 한국학교 (1975~2019)                        6



           지난 1997 년에는 우등상 제도를 폐지하고 각기 잘한 상을 수여키로 한 이후 시작된 단어 경연
           대회는 지난 2002 년 봄 학기까지 지속되었으나, 단어만 암기하여 시험에 임하던 방식에 변화를
           주어 단어는 물론 문장, 문법, 어휘력과 쓰기 실력을 함께 측정할 수 있는 시험 방식으로 차츰
           바뀌게 되었고 학생들도 자연스레 새로운 방식을 따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특히 2002 년 가을 학기부터는 이름도 ‘우리말 사용 능력 평가 시험’, 줄여서 ‘우리말 평가’로
           바꾸고 쓰기 능력 부문을 따로 독립시키는 등 여러 방면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 음악 교사를 모셔 오전에 전통 동요 및 음악을 통해 한글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음악  교육과정을  오후  합창반과  함께  시작하고,  사학과  김정현  교수의  지도하에  중급
           과정의  역사  교육이  시작되었다.  또,  오후반에  한국  무용  전문가  박찬희  선생을  모셔
           한국무용반을 활성화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지난  2001 년 가을 학기에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때 나온 여러 가지 학교 발전 방안과 제안들을 수렴하고 학교 운영에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껏 해 오던 방식과 습관을 바꾸는 작업은 산고의 고통 없이는 어려운 것처럼 학교의 여러
           운영 방식과 체제를 체계있게 정형화하고 합리화하는 작업은 아직 젊은 연령인 나의 머리카락을
           늦가을 논두렁에 서리가 뿌옇게 내린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늘 미안하게 생각했던 것은
           내 가족들인 것 같다. 휴가 때가 되도 아빠의 일이 밀려 장기 여행은 고사하고 White Mountain
           으로 camping 한번 가지 못한 아이들이었으나, 별 내색이 없이 동참해 주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2 세  자녀들을  가진  부모의  공통된  일념은  자녀가  학업
           성적이 뛰어 나고 특히, 영어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글이 뿌리 언어이고 2 세 자녀들에게는 제 2 외국어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교육받은 부모가 있는데 한글이야 자연히 하는 것이 아닌가, 영어를 먼저 잘 하게 해야지 하는
           생각에 한국학교에도 보내지 않았고 혹시 보내더라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경우
           수년을 한국학교에 다녔어도 자녀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실력은 매년 빠른 속도로 저하되어
           결국  한국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면  무엇을  배웠는지  답답해하고  속상해  하는  부모를  가끔
           보게 된다.

           이제 21 세기가 활짝 열리고, 지구촌 한 가족 추세에 따라 이제는 최소한 5 개국 언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되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언어는 민족 생존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자, 자손에게
           반드시 이어주어야 할 중대 과제이다. 금년이 미국 이민 100 주년이 되었다고 각 주에서는 각종
           행사를  마련하여  축하하고  있다.  가까이  멕시코의  경우도  1~2 년  후엔  같은  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어떤 민족보다도 짧은 이민 역사임에도 미 주류사회에
           합류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언어를 가지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

           세종대왕과 여러 조상들의 혜안으로 600 년 가까이 긴 세월동안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진 세계적
           인 언어가 바로 한글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는 들었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 언어를 우리는 단
           100 년만에  잃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주말에만  오는
           학교의  특성상  자녀들의  한글  교육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복습,  예습하고  숙제를
           도와주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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